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이 이명 환자에게 이명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소리이비인후과 제공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겨울철 이명 치료
매미·냉장고 소리 계속 울려…독서 등 일상생활 힘들어
보청기 착용하면 증상 완화…이어폰 사용시 볼륨 낮춰야
[ 이준혁 기자 ]
겨울철 귀 질환 중 가장 흔하면서 환자를 괴롭히는 병은 무엇일까? 바로 이명(耳鳴)이다. 외부 활동량이 줄면서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조용한 공간에서 이명이 더 잘 들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노인 인구 증가와 청소년의 소음성 난청이 늘면서 이명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명’ 직접 체험해 보니
뇌를 긁어대듯 신경이 곤두선다는 이명이란 어떤 종류의 소리일까? 이명은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울까? 기자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에 있는 소리이비인후과(이명 전문병원)의 도움을 받아 이명을 체험했다.
방음시설이 완벽하게 된 3.3㎡(1평)짜리 청력검사실에 들어가 청력검사장비 앞에 앉았다. 아무 소리도 틀지 않았는데 3분쯤 지나자 주파수가 맞지 않은 라디오 잡음 같은 ‘지이이~삐이~’ 하는 높은 소리가 귀 깊숙한 곳에서 바깥쪽으로 퍼져 나왔다. 귀 안에서 저절로 들리는 소리였다. 한 번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이후 모든 신경이 그 소리에 쏠려 안절부절못하게 됐다. 실제로 이명이 없으며 청력이 정상인 사람도 10분간 완벽히 방음된 방 안에 있으면 95% 이상이 이런 이명 증상을 경험한다.
의료진이 검사실 밖에서 청력검사기를 틀고 이명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다는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3~4㎑)를 만들어냈다. ‘끼이이~찌이익’ 하는 소리를 헤드폰을 통해 20㏈(데시벨) 크기로 들었다. 즉시 신경이 곤두서고 날카로워졌다. 당장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어졌다. 30분을 다 채울 때쯤에는 눈앞이 핑 돌고 두통이 느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어지럼증에 넘어질 것 같았다.
“온갖 소음 때문에… ” 이명환자 급증
이명은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갑자기 귀에서 ‘삐~’‘치치치~’하는 전파음 소리가 들린다. 예컨대 외부에서 들리지 않는 소리가 머리에서는 들리는 것이다. 정신과적 환청과는 다르다. 청각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윙~’하는 소리, 매미·귀뚜라미가 내는 듯한 소리, 바람소리, 냉장고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등이 이명 증상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명은 클럽 등 아주 큰 소리가 나는 공간에 자주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음향 외상성 이명과 지하철 등의 시끄러운 장소에서 이어폰을 끼고 계속 볼륨을 높이는 소음 노출성 이명으로 나눌 수 있다. 또 노화로 인해 청력이 약해지고 이명과 난청이 동반되는 사례도 있다.
박 원장은 “지하철 등 시끄러운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소음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은데, 각종 소음과 함께 이어폰 볼륨을 계속 높여가면 십중팔구 이명 증상이 나타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큰 굉음보다 잔잔한 소음에 계속 노출되는 소음성 이명이 더욱 위험하다는 얘기다.
3개월 이상 방치, 고질병으로 악화
이명 치료는 최근 습관화의 원리를 적용해 이명을 중립적인 신호로 바꾸는 ‘이명재활치료법’이 각광받고 있다. 예컨대 어떤 소리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부정적 의미가 없어지도록 하는 한편 감지되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사라지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박 원장은 “이명이 생활 속에서 습관화돼 궁극적으로 이명을 인식하지 않도록 하는 치료법”이라며 “통상 3~6개월(한 달에 1회) 정도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된다”고 설명했다.
중등고도(중증) 이상의 증상이라면 소리발생기를 착용하도록 한다. 이명 환자는 보통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낮에는 이명이 일상생활의 다양한 소음과 혼합돼 크게 들리지 않지만, 조용한 밤 시간에는 훨씬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질병의 특성을 고려해 잘 때는 소리발생기를 베개 안에 넣는다. 환자마다 이명의 종류와 크기가 다르므로 환자에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 후 가장 듣기 편한 소리를 찾아서 소리발생기에 맞춰놓는 방식이다. 소리발생기 비용은 40만원 정도다.
이명·난청 함께 오면 보청기 써야
젊은 이명 환자는 소음성 난청을, 나이든 이명 환자는 노인성 난청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보청기는 이명과 난청에 대한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이 좋아지고, 귀 바깥에서 나는 소리가 크게 들려 귀 안에서 나는 이명소리가 상대적으로 작게 들린다.
최근에는 개방형 보청기를 많이 쓰는데, 순응청력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주파수를 확인한 뒤 해당 주파수에 맞는 개방형 보청기를 맞춘다. 가격은 보통 100만원 선이다.
도움말=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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