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프트파워의 첨병인 공자학원이 수모를 당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에서도 퇴출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 최대 학군을 관할하는 토론토 교육청은 29일(현지시간) 공자학원과의 협력관계를 단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31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통해 캐나다 교육에 개입하고 있다는 학부모와 교사 및 학생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토론토 교육청 이사회(TDSB)는 이날 표결을 통해 방과후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중국어와 중국문화 등을 가르치기로 한 공자학원과의 계약을 취소하기로 의결했다.
파멜라 고프 이사는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중국 정부에 고용된 교사들의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등 당이 공자학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4만7000명의 회원을 둔 미국대학교수평의회는 지난 6월 미국 100개 대학에 공자학원 퇴출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NYT)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공개 비난전을 벌이기도 했다.
인민일보의 주장은 “정치적 편견으로 공자학원을 음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대학들은 잇따라 공자학원을 퇴출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시카고대는 미국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공자학원을 퇴출시켰고, 펜실베이니아대도 지난달 초 공자학원을 운영하는 중국 정부 당국과의 이견을 이유로 5년간의 관계를 단절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도 지난해 파룬궁 신자인 보조교사를 차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공자학원 운영을 중단했다.
공자학원은 2004년 한국에 처음 설립된 이후 지난 9월 말 현재 전 세계 119개국에 472곳이 운영되고 있다. 초·중등학교에서 방과후 교실 형태로 운영되는 공자학당(54개국 730곳)까지 포함하면 1200곳이 넘는다.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전파하며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 제고에 앞장서는 공공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과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중국이 공자학원을 통해 해외 유학 중인 자국 학생들을 감시하는 한편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던 캐나다 브로크대 찰스 버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최근 일련의 공자학원 퇴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유사한 사례들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고 새로 생기는 공자학원들도 더욱 엄밀한 검토를 거쳐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