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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 말 우리 글, 수도 북경서도 꽃핀다

[기타] | 발행시간: 2014.11.19일 12:12

한해도 곧 저물어져 가고있는 지금, 일제 침략때 한 민족 렬사가 한 유언을 생각해 봅니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코와 귀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은 그 고통만은 견딜수가 없습니다.”

이 유언이 우리에게 많은것을 가르쳐 줍니다. 일제 침략 때 나라를 잃고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쓰지 못하게 했던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가요? 그 유언을 가슴에 새긴다면 우리는 지금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소중히 여기며 가르치는데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중국사회과학원 민족학과 인류학연구소 연구원이자 중국조선족민족사학회 회장 정신철(56살)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그가 우리에게 전한 말이다.

2012년 12월, “정음 우리말 학교”라는 이름 내건 주말학교에서 6명 어린 아이들의 “ㅏ, ㅑ, ㅓ, ㅕ”선생님으로 불리우기 시작한 정신철교수가 오늘 “살아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인 지난 10월 30일, 우리가 북경시 왕징(望京)에 있는 정신철교수의 “정음 우리말 학교”를 찾았을 땐 학교에는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 114명의 아이들로 “몸집”이 커져있었다.

물론 우리말 한마디 못해도 잘살수 있는 곳이다. 돈 한푼 더 벌어야 된다면서 이 큰 도시에서 숨가삐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얼핏, “어머니”, “아버지”를 가르치는 학교의 이야기가 그닥 구미가 당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신철교수의 “언어와 문자, 문화만을 가리치는게 전부가 아닙니다. 요즘의 아이들에게 ‘나는 조선족’임을 각인시켜주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말하는 어딘가 가슴 찡한 이야기에 자꾸만 귀 기울여졌다.

조선족의 대도시로의 “이민”도 이미 오래전 일이다. “해체설”과 “위기설”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리고 불거진 대도시에서 조선족 자녀에 대한 민족교육의 문제, 북경만 해도 어림짐작으로 10만명을 훌쩍 넘기는 조선족이 살고있다지만 아직까지도 교육부에서 인정한 조선족학교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이들 조선족 자녀들 대부분이 민족교육을 받지 못한다. 부모와의 대화도 대부분 한어로 이뤄지고있고 우리 글을 읽고 쓸수 아이들은 아주 드물디 드물다.

“우리가 지금 잃어가고있는건 돈도 체면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정신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2003년에 한국으로 건너가 1년 가까이 연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는 정신철교수, 평생 민족학을 연구하면서 우리 민족의 력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우리 전통집거지가 아닌 민족적 기반이 약한 북경이라는 대도시에서 정신철교수의 시선인 “밖에서 본 우리 말 우리 글”의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래서 결심한게 우리 말 학교를 세워야겠다는것이였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출장을 제외하고 짬을 내 어렵게 정부와 소통하고 후원자들을 찾아나섰다. 교육과정이 무료라 교실 대여비에 선생님 강의료까지 모든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변변한 교실 한칸 빌려쓰기도 쉽지 만은 않았다. 수업을 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선생님도 몇 안됐다.

현재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교과서 편찬도 제대로 안된 상황, 모든게 처음이라 시작부터 그 어려움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포기해야 되는 그 어떤 리유도 세울수 없었습니다.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이어가는 길에서 어떤 구실도 당치 않은게 아닌가요?”

아무리 힘들어도 꿋꿋이 일을 추진해 나갔던 정신철교수였다.

2012년 12월에 전반 교육과정이 무료로 진행되는 “정음 우리말 학교” 수업이 드디여 시작되였다. 지인의 소개로 찾아온 6명의 아이가 고작이였다. 하지만 학교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학부모들의 열정이 더해져 2013년 3월 새학기에는 30명으로, 그후 또 70여명으로 불어나면서 올해에는 114명의 아이들이 한가족이 되였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주말학교인 “정음 우리말 학교”, 그리고 정신철교수의 꿈은 나중에 “북경조선족학교”라는 정규적이고 제대로 된 학교다운 학교를 세우는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을 확대, 강화될 필요가 있는것은 물론 각계 조선족사회가 함께 노력해줘야 된다”고 정신철교수는 콕 집어 말했다.

지난 2년동안 정신철교수는 주말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교실을 찾았다. 아이들이 오늘 수업 재미 있었다고 엄지 손가락을 착 펼쳐 보인다거나 항상 늦게 오던 아이들이 일찍 와서 수업을 기다린다거나 처음에 비해 부쩍 깔끔해진 공책필기같은 사소한것들에도 그는 너무나 기쁘단다.

그리고 얼마전, 태여나서 조선말을 단 한마디도 몰랐던 한 꼬마가 한학기 수업이 끝난 뒤 정신철교수를 향해 예쁘장하게 고개 숙이며 “선생님,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말을 건네는 순간 확 밀려오는 뿌듯함과 행복감에 더없는 긍지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오늘도 막 자라나는 아이들이 벽에 붙어있는 우리 말 간판을 또박또박 읽을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해 밤낮없이 동분서주 하고있다.

정신철 프로필

중국사회과학원 민족학과 인류학 연구소 연구원,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생원 교수, 력사학부 박사

중국조선민족사학회 회장

중국민족리론학회 부비서장

1979년-1983년 연변대학 력사학부 학습

1983년-1986년 중국사화과학원 연구생원 민족학부 법학 석사학위 획득

2000년-2003년 연변대학 력사학 박사학위 획득

1986년-현재 중국사회과학원 민족학과 인류학 연구소 재직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정신철교수

2003년-2004년 한국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학부 객원교수

2008년-2009년 한국고려대학교 사회학학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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