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기자] 우선, 에네스 카야는 일반인일까 연예인일까. 그를 질타하기에 앞서 그의 신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만약 에네스가 터키에서 온 일반인이라면, 그와 여성이 나눈 대화는 보호받아야 한다. 이를, 에네스 허락없이 올리고 돌릴 수 없다.
그가 연예인이라면? 그래도, 그를 세상 나쁜 남자로 몰아가는 건 우려스럽다. 우선 사적인 문제다. 진위여부에 대한 당사자의 확인도 거쳐야 한다.
만약 모든 것이 사실이라 해도, 조심스럽다. 에네스는 이미 가정을 이룬 사람이다. 단순히 부정한 행동에 대한 질타로 끝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그의 아내다.
'디스패치'는 지난 2일, 에네스와 만났던 여성 A씨와 대화를 나눴다. 그 역시 에네스의 행동에 분노했다.
다음은 A씨와 에네스의 이야기다.
A씨는 지난 2012년 겨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에네스를 만났다.
"영어로 말을 걸더라고요. 그러다 갑자기 한국말을 했습니다. 한국여자들은 영어쓰면 좋아하지 않냐고 하더군요. 메신저 아이디를 묻더군요. 그러곤 계속 연락이 왔습니다."
그후, A씨는 에네스와 가끔 만났다.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봤다. 그러나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진 않았다. 이는 A씨의 의지였다.
A씨는 "보통 남녀관계가 그렇듯 서로 마음에 맞아야 하지 않냐"면서 "난 에네스의 행동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고 그래서 친구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에네스 자신이 기혼임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8월, 그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물었을 때, 그 때 인정을 했다는 것.
A씨가 분노한 포인트는 바로 이 부분이다.
배.신.감
그도 그럴 것이 에네스는 A씨를 만날 때 터키에 있던 가족사진을 자주 보여줬다. 즉,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포장한 것들에 대한 실망감이다.
"그냥 어이가 없는거죠. 그동안의 행동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
우리가 에네스에 대해 분노할 지점은, 다름 아닌 '배신감' 부분이다.
언행 불일치.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신이 방송에서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그의 말이 인기의 밑거름이 됐다. 또 돈을 버는 계기가 됐다.
"남의 여자를 넘볼 수는 있지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짓말쟁이의 촛불은 밤까지만 켜져 있다"
"선장이 바다에 나갈 때 늘 원하는 바람이 불지는 않는다"
"북소리는 멀리서는 즐겁게 들리지만 바로 옆에서 겪어보면 시끄럽다"
"미혼자가 이혼하기 쉽다"
"침을 위로 뱉으면 콧수염에 걸리고 아래로 뱉으면 턱수염에 걸린다"
"새끼곰이 아빠곰 발자국을 밟고다닌다"
A씨의 말처럼, 에네스는 습관적일지 모른다. 요즘 하는 말로 '썸'을 탄 것이다. '영어'가 여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이라면, '총각'은 '관계'를 지속하는 방식이었다.
에네스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은 공인의 위치는 아니다. 사생활 노출을 감수할 연예인도 아니다. 그냥 터키에서 온 방송인, 좀 더 넓게 유명인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는 수많은 공직자의 부정과 비리에도 무관심하다. 그들에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 에네스가 질타받는 이유는, 배신감때문이다. 아니 그래야하지 않을까. 그가 저지를 부정한 시도보다, 그가 내뱉은 발언에 대한 것들…. 이는 곧, 기망이다.
실제로 에네스는, 그가 했던 도덕적인 말 덕분에 인기를 얻었다. 지금 사회가 도덕적이지 않기에, 그의 말은 예능이 아닌 교훈으로 자리 잡았다.
에네스가 속인 것은 결혼유무가 아니다. 그를 지지한 시청자다. 에네스에 대해 화를 내야할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디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