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잎이 지고
적막이 쌓이는 계절의 끝자락에
해거름 황혼빛이 서글프다
집집의 창문에는
어둠을 차단하는 카텐이 드리우고
찬바람이 헤매는 언덕우로
떠나가는 세월의 기적소리 울린다
또 한해의 막잎에 오른
너와 나의 인생드라마도
수확을 저울질할 때가 되였구나
쭉정이와 껍데기를 날려보내고
알갱이를 쓰다듬는 손등에는
축복처럼 하얀 눈이 내리겠지
꽃이 지고
잎이 지고
한해는 이렇게 저물어가는데
살아있는 시간의 밤하늘에
찬란한 보석이 반짝이기에
나는 결코 슬픔에 젖지 않는다
겨울나무앞에서
누가 등을 떠밀지 않았건만
나도 모르게
바뀌는 계절을 따르다보니
하얗게 회칠한 겨울집 대문안에서
옷을 벗은 나무를 만난다
살면서 죄많은 인간이
춥다고 솜옷에 털옷을 껴입을 때
주저없이 옷을 벗을수 있는
겨울나무의 배짱에 머리가 숙여진다
이처럼 뼈저린 선택앞에
어찌 부끄러움이 존재할것인가
비장한 선택은
아무나 할수 있는것이 아니여서
나는 겨울나무를 흠모한다
더욱 푸른 삶을 위한
생명의 처절한 몸부림은
단벌옷을 벗어버려도
오히려 의젓할수 있거니
이 겨울 나도 한그루 나목이 되여
겨울나무곁에서 살아야 하겠다
겨울이 운다
윙― 윙―
칼바람을 휘둘러
눈보라를 날리며
겨울이 운다
문풍지를 붙잡고
전선줄을 붙잡고
나무가지를 붙잡고
겨울이 운다
숙명을 받들어
눈을 감고 얼어붙은
자연의 언어앞에서
지은 죄가 두려워
너그러운 용서를 빌듯이
하얀 가슴 찢어지게
겨울이 운다
/김동진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