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火傷 2주만에…
아르바이트 하며 아이 길러 관리비 못내 난방 끊겨도 장난감만은 꼭 챙겼는데…
지난 10일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 전신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나미경(여·23)씨가 유일한 유족인 네 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23일 밤 끝내 숨졌다.
나씨의 빈소는 24일 오전 7시 의정부 한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찾는 조문객이 없어 그의 시신은 빈소가 차려진 지 하루 만에 화장장으로 떠났다. 화재 현장에서 엄마와 함께 있다 극적으로 구조된 아들 나모(4)군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의 영정 앞에서 뛰어놀았다. 나씨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아들도 엄마처럼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
나씨는 세 살 때 수원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으나 일곱 살 때 파양(罷養)돼 보육원으로 돌아왔다. 201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보육원을 나온 나씨는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갖게 됐다. 나씨의 임신 사실을 안 남자 친구는 그러나 연락을 끊었다. 나씨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상담센터의 상담사는 "아이가 엄마 같은 불행을 반복해선 안 되니 낙태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나씨는 "내 아이인데 그래도 낳아서 키우겠다"고 했다.
미혼모가 된 나씨는 단칸방을 전전하며 아들을 키웠다. 2013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을 통해 들어간 곳이 이번 참사가 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였다. 나씨는 "아이를 두고 멀리서 일할 수 없다"며 집 앞 수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관리비를 제때 못 내 1년 동안 전기가 세 번이나 끊기고 겨울엔 난방이 안 됐지만, 돈이 생기면 아들 장난감만은 꼭 하나씩 사줄 정도였다고 한다.
불이 난 지난 10일 나씨는 문 앞에서 자다가 문틈으로 새 들어온 연기에 질식해 쓰러져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방 안쪽에 있던 아들 나군은 소방대원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다. 나씨를 파양했던 양아버지는 사고 첫날 병문안을 왔지만 끝내 빈소는 찾지 않았다.
엄마를 잃은 나군은 의정부의 한 아동일시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낯도 안 가리고 밥도 잘 먹는다고 한다. 나씨의 보육원 친구는 "어릴 때부터 같은 보육원 출신 이모들이 돌아가며 봐줬기 때문인지 자기를 안아주는 사람이면 다 잘 따른다"고 했다. 6개월 안으로 입양한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나군은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