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 사건으로 불리는 '파나마 페이퍼스'가 중국 정치권도 발칵 뒤집었다.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자 5명의 친인척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으며 보시라이(薄熙来) 전 충칭시(重庆市)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开来)의 독살 사건 역시 이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남화조보(南华早报), 타이완(台湾) 중국시보(中国时报) 등 중화권 언론은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일명 '파나마 페이퍼스'를 조사해온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추가 조사 결과 발표를 인용해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부 친인척들이 조세도피를 위해 유령회사를 대거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ICIJ는 지난 6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추가 조사에서 '파나마 페이퍼스'에 포함된 현 중국 최고위급 정치인사로는 시진핑 주석과 장가오리(张高丽) 국무원 상무부총리, 류윈산(刘云山) 중앙서기처 서기 등 3명이다.
장가오리 상무부총리의 사위 리성포(李圣泼)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3개 회사의 주주로 활동했으며 류윈산 서기의 며느리 자리칭(贾丽青) 역시 2009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한 투자회사의 간부이자 주주로 활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ICIJ는 시 주석의 매형인 덩자구이(邓家贵)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2개를 소유한 사실을 밝혔으며 리펑(李鹏)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 중국전력국제발전유한공사 사장과 그녀의 남편 류즈위안(刘智源), 자칭린(贾庆林) 전 상무위원의 외손녀 리즈단(李紫丹) 등도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회사와 연관됐음을 밝힌 바 있다.
ICIJ는 추가로 쩡칭훙(曾庆红) 전 국가부주석의 동생 쩡칭화이(曾庆淮),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아들 후더화(胡德华), 마오쩌둥(毛泽东) 전 국가주석의 손녀사위 천둥성(陈东升) 등도 버진아일랜드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주주로 활동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외에도 구카이라이의 독살 사건의 전말 역시 '파나마 페이퍼스'를 통해 드러났다. 구카이라이는 프랑스 칸에 있는 별장을 구입한 후 자신의 소유임을 숨겨 세금을 피했는데, 이 때 별장 구입과 운용을 대리해준 회사가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페이퍼 컴퍼니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별장 소유인은 구카이라이와 친분이 있는 프랑스 건축가 파트리크 드비에르에서 사업 파트너인 닐 헤이우드로 옮겨졌고, 구카이라이는 이후 그와의 경제적 갈등 때문에 결국 독으로 살해했다.
한편 '파나마 페이퍼스'는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중미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1977∼2015년 기록을 담은 내부자료를 처음 입수해 ICIJ와 함께 1년간 분석한 끝에 공개한 것으로 이메일 480만 건에 데이터베이스와 PDF, 이미지 파일 등을 포함해 모두 1천150만 건에 달해 조세회피처 자료 중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자료에는 각국 정치인과 기업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논평할 게 없다"며 대답을 거부했으며 중국 주요 포탈사이트에서는 현재 이와 관련된 기사를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