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인 지난해 4월 20일, 리비아에서 이딸리아로 향하던 난민 800여명이 지중해에 빠져 숨졌다. 이 최악의 사고는 지중해 난민비극의 신호탄이자 유럽으로의 난민 대량류입 사태의 상징이였다.
꼭 1년만인 20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는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딸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침몰해 500여명의 난민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올해 최대 희생자가 발생한 난민사고다.
UNHCR은 생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선박침몰 소식을 전했다. 사고는 지난 16일 발생했다. 난민들은 리비아 북부 토브루크항에서 30∼40명씩 보트 여러척에 나눠 타고 이민길에 올랐다. 이들은 유럽에 데려다주는 대가로 밀항업자에게 800∼2000딸라를 지불했다. 지중해 공해에서 이미 300여명의 난민으로 북적대는 더 큰 배로 옮겨 타기 시작했다. 배는 엄청난 초과탑승에 한쪽으로 기울며 지중해로 가라앉았다. 미처 큰배로 옮겨타지 못한이들과 바다로 뛰여들어 작은 보트에 다다른 사람만 생존했다. 침몰한 큰배에 있던 500여명은 목숨을 잃었다. 3명의 녀성과 세살배기 아기를 포함한 생존자 41명은 린근을 지나던 필리핀 국적의 상선에 구조됐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무함마드는 안해와 2달 된 아기를 먼저 배로 옮겨 타도록 도왔다가 자신만 살아남았다.
비극적 사고의 이면에는 난민을 바다로 내몬 “유럽련합(EU)―토이기간 난민송환 합의”와 “발칸루트 봉쇄” 정책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U가 지난달 7일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을 토이기로 송환하기로 합의한후 마께도니아, 슬로베니아, 크로아찌아 등 발칸국가들이 지난 10일부터 토이기―에게해―발칸―그리스를 잇는 발칸루트를 봉쇄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발칸루트는 지난해 유럽으로 향한 난민 80%가 택한 루트다.
유럽의회는 20일 발효된 “EU―토이기 난민송환 합의”에 대해 “불완전하지만 현실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난민들을 물건처럼 거래하게 만드는 이번 협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EU―토이기 합의”와 “발칸 봉쇄”가 풍선효과를 일으켜 난민들에게 위험한 지중해루트로 향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난민들에게는 좁은 에게해를 넘어 륙로로 유럽에 진입하는 안전한 경로대신 지중해를 건너야 하는 선택지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도널드 투스크도 지난 13일 “발칸루트가 봉쇄되고 리비아 정정 불안이 지속되며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놀랄만큼 증가하고있다”고 밝혔다.
IOM에 따르면 지난해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왔다. 약 80만명은 발칸루트 등 륙로를 택했고 지중해로 넘어온 난민은 15만 3946명이다. FT는 올해 지중해루트로 이딸리아로 넘어올 난민이 지난해 2배에 달하는 30만명에 이를것으로 예상했다.
UNHCR은 “3월 한달간 9600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넘어 이딸리아로 들어왔다. 이는 지난해 3월(2283명)의 4배를 넘는 수치”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이후 사흘 동안 6021명이 지중해를 넘었다. 지중해루트에서 목숨을 잃은이들은 2014년 이후 6000명이 넘는다. 이는 봉쇄된 발칸(토이기―그리스)루트에서 사망한 인원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올들어 4월 20일까지 1232명이 지중해에서 죽거나 실종됐다고 IOM은 추정했다.
편집/기자: [ 리미연 ] 원고래원: [ 본지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