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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잎속의 붉은 두 꽃송이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5.26일 09:50
오상시조선족실험소학교 김선화, 길영희 교사

  (흑룡강신문=하얼빈) 리수봉기자=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는 우리 민족 교단을 24년간 굳건히 지켜가는 흑룡강성 오상시조선족실험소학교의 김선화(45), 길영희(43)교사는 푸른 잎속의 붉은 두 꽃송이로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다.

  김씨는 1992년 오상조선족사범학교를 졸업했고 길씨는 같은해 오상사범학교(한족사범)를 졸업하고 각자 교단에 올랐다.



길영희(왼쪽), 김선화교사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본사기자

  현재 김선화씨는 소학교부속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길영희씨는 5학년 덕육과 1학년 한어를 가르친다. 길씨는 한어교사이지만 우리말과 글에 아주 익숙한 편이다.

  김선화씨는 소학교 고급학년을 가르치다 유치원 교학과 소학교 교학을 겸해서 하게 되였다.

  현재유치원에는 탁아반부터 대반까지 70명 어린이가 있는데 우리 말을 못하는 어린이가 적지 않다. 탁아반의 경우 10명 어린이 가운데 순수한 조선족 어린이는 2명이다. 한족과 조선족이 통혼한 가정도 적지않다. 따라서 우리 말 기초가 박약한 어린이들한테 우리 말을 가르치는것이 무척 힘들다고 한다.

  유치원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첫 한달은 '쇼크'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하루하루 변해가는것이 보였다. 그래서 재미를 붙이고 10년 견지하다 아예 유치원에 물러앉게 되였다.

  김씨는 어린이들이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무조건 우리 말을 사용했다. 또 동요와 유희를 통해 우리 말을 가르쳤다. 김씨는 체구가 좀 웅장한 편이였지만 감찍한 몸짓으로 어린이들 머리속에 동요가 속속 들어가게 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한족 어린이들도 "고마워요"라는 우리 말로 입을 열었다.

  김씨는 "20여년간 교원사업을 해오면서 이젠 교단을 떠날수가 없고 지어 방학이 돼서 한 사흘정도 지나면 애들이 그립고 빨리 출근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교단을 떠나서 아무것도 할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말하는 김씨도 한때는 돈을 많이 벌어 아파트도 구매하고 눈에 띄는 옷도 입고 다니는 옛 동료들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린적도 있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부모와 '생이별'한 반급의 어린이들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떠나면 내 아이도 저런 곤경에 처할것이 걱정됐고 또 반급의 학생들이 영향을 받을것이 걱정돼 마음을 다잡게 되였다고 한다.

  지금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설 때마다 김선화씨는 교사로서, 우리 반 학생들을 양육하고 양성해 나아갈 때에 그들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매일 되새긴다. 아직은 비슷한 모습들로 앉아 있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학생들이 책임감 있고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꿈꾼다.

  길영희씨는 사범학교 졸업후 매일 왕복 8리 길을 걸어서 출근했지만 고달프지 않았고, 출국 붐이 일어 스산해져가는 학교 분위기도 농촌학교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열정이 드높은 그녀한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노력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아이들을 바라 볼때, 그리고 제자들의 희소식을 들을 때마다 길씨는 더 없는 행복을 느꼈고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호감을 느꼈다. 그래서 남편이 한국행을 강권했을 때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흔들린적이 없었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길씨는 "사업은 나의 생명이다. 나의 모든 열정을 우리 민족 교육 사업에 이바지 하련다"라는 글귀를 일기장에 적어놓았다. '울며 씨 뿌린자 웃으며 수확한다'는 말이 있듯이 집안 거실 한 벽면에 진렬된 영예증서가 그녀의 노력을 인정해주었고 또 그녀가 초심을 잃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다.

  길씨는 점심 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가질수 있었지만 오전에 숙제 검사나 수업을 하면서 학습 부진생을 꼼꼼히 체크해 놓았다가 점심 시간에 찾아가 별도로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이렇게 20여년간 꿀벌처럼 부지런히 돌아쳤다.

  길씨는 가정에서 효녀, 훌륭한 안해, 어머니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사업과 가정일이 충돌할 때면 마음의 천평이 영낙없이 학교로, 학생들한테로 기울었다.

  딸애가 어릴 때 한번은 된 감기에 걸렸는데 수업시간이 돼서 딸을 보모한테 맡겨놓고 출근했다. 수업을 하는데 딸이 열이 더 심하게 난다는 연락이 왔다. 급한 김에 남편한테 연락을 해놓고 수업을 끝까지 했다. 수업이 끝난후 병원에 달려갔는데 딸이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남편은 안해를 모질게 꾸짓었고 그녀는 딸을 품에 꼭안고 눈물만 흘렸다. 결국 남편도 안해의 옹고집을 꺾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길씨가 사업에서 탄탄대로를 달릴 무렵, 불행이 업친데 덮친 격으로 나타났다. 친척의 한국 나들이에 보증을 섰다가 15만원의 빚더미에 눌리게 됐고 감옥간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한국으로 출국한 남편은 모든걸 팽개치고 한국에 나와 돈을 벌어야 한다며 안해가 고집을 부리자 3달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때 어머니가 딸이 좋아하는 일이라며 말렸다. 큰 뒤심이 됐던 어머니가 간암에 걸리고 아버지는 내장합병증으로 대수술을 했다.시아버지는 뇌출혈로 움직이지 못해 3년동안 대소변을 받아냈다. 어머니가 입원했을 때 하루에 병원과 학교를 3번씩 왕복 다녔는데 걸음도 빨리 걷는 습관이 생겼다. 부모님들 간병할 때는 학생들의 숙제와 시험지를 병실에 가져가서 부모님들이 잠든후에 쪼그리고 앉아 검사하고 점수를 매겼으며 밤을 패가며 교수안을 썼다.

  나무는 고요하려고 하나 바람이 잠들지 않았다. 장기간의 만부하가동으로 길씨의 입과 코가 늘 부르터 있었고 체중은 10킬로나 줄었다. 몸이 불편해서 검사를 받았는데 유방에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이 나왔다.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점적주사를 맞으며 출근했다.지금 통증을 느낄 때는 손으로 가슴을 꼭 누르고 아픔을 참는다. 정말로 ‘강철의 녀인’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았다.

  교단에 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 항상 사업을 우선 순위에 놓는 그녀, 최고 보다 최선을 다 한다는 그녀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정말로 내가 가르치는 아이가 제일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교육자의 양심과 근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푸른 잎속의 붉은 꽃은 정말로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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