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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로부부의 즐거운 귀촌생활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6.08.15일 15:14
지난 7월 18일이다.

교하역에 마중나온 친구와 함께 신농가 빠허옐(新农街法河沿村)에 가는 택시에 앉았다. 비포장도로는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고 마을안 골목조차도 콩크리트길이여서 새마을화한 시골이 한눈에 보여진다.

20분도 채 안되여 박룡수(68)와 신계숙(65)부부가 귀촌한 새집에 도착했다. 들어서는 골목 량켠에 보기좋게 줄지어 자란 팥과 파들의 모습이 참 탐스럽다. 사립문을 열고 뜨락에 들어서니 오른편으로 일매지게 적당거리를 두고 심은 채송화가 예쁜 꽃을 피우며 찾아온 손님들을 반겨맞는다. 정문앞 화단에 활짝 핀 봉선화와 이제 금방 망울을 터뜨리려는 개나리꽃도 눈길을 사로 잡는다.

마당주위를 둘러보며 깐진 바깥주인의 일솜씨에 우리는 탄복을 련발했다. 안주인을 위하여 오른쪽에는 빨래건조대를, 왼쪽으로는 울타리옆에 접이식 나물말리기건조대를 부착시켜 놓았는데 보기 좋고 쓰기 편하게 만든것이였다.

“누가 살던 집이예요?”

귀촌에 관심이 많은 내가 물었다. 원래 조선족이 살았는데 한국으로 나가면서 한족한테 판것을 사서 새로 지었다고 한다. 시내집 못잖게 안팎에 설치된 화장실이며 샤워실, 닭장, 개집 등은 물론 다용도 헛간도 여러개다. 그 아래에는 커다란 움을 파서 사계절 천연랭장고로 사용중이란다.

시골와서 적응이 잘 되냐고 묻는 친구의 말에 박용수씨는 인품좋은 웃음을 터뜨린다. 여섯집밖에 남지 않은 동네 조선족들과 친척처럼 편하게 오가니 언제 심심할새가 없단다.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앞집 할머니가 이 집에 손님 오는것을 보았다며 큰 바구니가 넘치게 가지, 오이를 따서 가져왔다. 서로서로 농사지은 채소들을 나눠먹는 풋풋한 시골인심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소방원으로 임무집행하다 일찍 왼쪽 다리를 잃고 잔페가 된 박룡수씨는 대충 살다가려는 생각도 했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터놓는다. 백세시대인 오늘에 마음하나 바꾸니 시골살기에 정들어 손발이 묶였단다. 교통과 운반공구로 소형전동삼륜차를 사서 시내가서 맘에 드는 연장하나 챙겨와도 즐거워 하신다. 이렇게 작은 일에서 큰 행복을 느끼며 사는 박용수씨의 말에 듣는 우리도 가슴이 뭉클했다.

두 부부는 퇴직후 하문에서 가족을 이룬 세 자식들한테 딸린 손군들을 보느라 꼬박 16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자식들이 자립할수 있게 되자 귀촌을 계획했다. 도시에서 살던 모든것을 정리하고 시내 주위에 있는 조선족마을들에서 민박하면서 로후를 위한 보금자리를 물색했다. 남편이 즐기는 낚시질도 할수 있고 부인이 가볍게 혼자 시내로 다닐수 있는 곳으로 점 찍은곳이 바로 빠허옐촌이였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이 고장에서 촌장을 통해 동네잔치를 열고 자신들이 찾아온 사연을 알렸다. 그후에도 이웃지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려고 안주 몇가지만 놓고도 모기향 태우며 이야기 한마당을 자주 펼친다고 한다. 얻어 키운 암컷 누렁이가 땡전한푼 들이지 않고 3년만에 이웃집 검둥이를 닮은 강아지를 다섯마리나 낳아 가족을 늘렸다며 만면춘풍이다. 초면의 느낌인데도 오늘 주인한테는 삶에 대한 락관정신이 있어 해결못할 곤난이라곤 없어보인다.

이웃집의 울타리가 박용수씨 집쪽으로 비뚤게 들어온것을 발견하고 그 리유를 물었더니 이웃간에 양보하면서 사는게 좋은 방법이라며 사람좋게 웃는다. 그는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마을어구에 내다버리지 않고 시내로 갈적마다 쓰레기장으로 내간다고 한다.

부인 신계숙씨의 말이다. 돈을 벌지 않아도 물맑고 공기 좋은데서 사는것 자체가 건강을 버는것이여서 밑진 장사가 아니다. 부부가 마주 앉아서 창가에 부딪치는 비방울소리도 바람소리도 새소리도 모두가 자연에서 나는 소리여서 그저 반갑다. 터밭에 여러가지 채소를 심어 가꾸면서 자식 키울때처럼 지켜보는 재미 역시 크다. 채소들을 더러는 말리고 고추가루는 분쇄하여 오는 자식들한테 시골먹거리를 보따리 보따리 챙겨준다. 한해 한번도 살던 곳으로 이런저런 핑계로 오기를 꺼리던 자식들이 지금은 새집에 자리를 잡고부터 두번씩 온다. 자식들이 힘을 합해 부모들의 겨울난방을 설치해주어 한겨울에도 실내에서 반바지차림으로 지낸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자 안주인은 소박하고 맛깔스런 점심밥상을 차렸다. 시원새콤하게 맛든 오이소박이, 쌈싸서 먹을거리로 싱싱한 자주색 상추며 장에 찍어먹을 새끼손가락 굵기의 실파며 아기오이들이 상가운데 푸짐하게 올랐다. 마당한켠에 앉힌 큰 가마솥에서 담아낸 보신탕을 먹느라 사람마다 땀을 펄펄 흘린다. 너나없이 두둑한 밥 한공기를 순식간에 뚝딱 비워낸다. 새벽에 움직이다보니 점심도 거른터여서 허기진 나는 상에 오른 뭐나 다 그렇게 맛이 있었다. 안주인이 텃밭에서 금방 딴 깻잎으로 요리하는 방법까지 덤으로 알려주면서 상추, 오이, 가지를 가방이 터질 정도로 담아주니 시골인심에 마음마저 풍성해진다.

입소문은 날개를 달아 지금은 시내 손님들이 전화로 예약하고 많이들 찾는다. 워낙 시내와 가까운터라 휴가철에 조선족음식을 즐겨먹는 한족들도 많이 찾는다니 반가운 일이다.

떠나는 우리에게 부부는 3년후에 또 놀러오란다. 그때면 심어놓은 사과, 자두, 앵두, 구기자가 주렁질것이고 들어오는 길에 한줄로 심은 포도덩굴아래는 장의자를 놓아 손님들을 편하게 모실수 있기 때문이란다.

“시내사람은 시골집을 못사게 한다면서요?” 끝내는 맘속에 혼자 끙끙하던 문제를 조용히 주인한테 물었다.

“주인이 살기 싫다고 거의 버린거나 다름없는 빈집을 내가 살면서 건사하는거지요. 집문서 꾸밀때 보증서에 서명해줄 이웃과 촌장 그리고 회계까지 불렀으니 돈쓰고 걱정할 일은 없답니다!” 역시 박용수씨다운 시원한 대답이다.

그 옛날 오붓하게 살던 조선족들의 보금자리가 휑뎅그렁해지는 오늘, 내가 만나본 주인같은 귀촌한 사람들 덕분에 시골마을마다 살맛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허순옥

편집/기자: [ 차영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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