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같은 일이 왜 자꾸 반복되는지를 BBC가 분석했다. [BBC 캡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관심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아지는 가운데 영국 BBC가 한국 국민은 정직하지만 정치·경제 상층부의 부패 스캔들은 끊이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술집 탁자 위에 지갑을 놓고 가도 도둑맞지 않을 정도로 일반 국민은 정직하지만, 한국경제의 근대화 과정과 환대에 보답하는 문화에 기인한 정치·경제 엘리트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 한국 특파원 스티븐 에반스는 24일 ‘한국의 부패 스캔들이 새롭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상생활에선 지구상 가장 정직한 나라 중 하나로 보이지만 대통령마다 임기 마지막은 (불법) 자금 스캔들로 끝이 났다”며 “한국의 대통령 머무는 곳에서는 부패의 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고 썼다.
이와 관련 김대중 대통령(1998~2003) 자신은 청렴했지만 두 아들은 뇌물죄로 감옥에 갔고, 노무현(2003~2008) 대통령은 퇴임 후 부패 관련 검찰 조사에 즈음해 자살했으며, 이명박 대통령(2008~2013)은 큰아들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댓가로 돈을 받고 2년형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현 대통령은 대기업들에게 수백억원의 기금을 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치 정해진 패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은 접근이 어려워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은 그 점을 이용해 돈을 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한국인들에 대해서는 매우 정직하다고 극찬했다. "술집 탁자 위에 돈이 가득 들어있는 지갑을 놓고 가도 도둑맞지 않는다. 공공장소에 카메라를 두고 가도 바로 그 곳이나 더 안전한 장소에서 그 카메라를 되찾을 수 있다"고 묘사했다.
이처럼 "기층민들의 순박한 정직성과 상층부의 믿을 수 없는 윤리기준”이 공존하는 이유에 대해 에반스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된 대통령 중심의 경제 운영 방식을 들었다. 한국의 근대화를 일군 박정희 정부가 기업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가는 방식으로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부패는 한국의 정치와 재벌 엘리트들 사이에 반복돼 왔다. 이같은 부패 스캔들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문화적 특징에도 주목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황경문 교수는 “사회 관계에서 위계뿐 아니라 상호주의를 중시한하는 문화가 있다. 환대에는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영역에서는 관료들이 자신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