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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반도 고유의 ‘검파형 동기’ 첫 발굴

[기타] | 발행시간: 2017.03.13일 10:03
[동아일보]

기원전 4세기 무렵 유물 군산서 출토

전북 군산시 선제리에서 발굴 조사된 적석목관묘 내부 모습(위 사진). 목관 주변을 둘러싼 돌들 사이로 검파형 동기와 세형동검이 보인다. 아래 사진은 보존 처리를 마친 출토 유물들. 칼자루 모양의 검파형 동기 2점(가운데)을 중심으로 양옆에 세형동검이, 그 위로 원형덧띠토기가 놓여 있다. 검파형 동기 사이에 있는 푸른색 목걸이는 환옥이다. 전북문화재연구원 제공

한반도 고유의 청동기로 기원전 4∼기원전 3세기 희귀 유물인 ‘검파형(劍把形·칼자루 모양) 동기(銅器)’가 전북 군산시에서 처음 발굴됐다. 검파형 동기란 청동으로 만든 제의(祭儀)용 도구로 초기 철기시대에 사용됐다.

고분에 묻힌 검파형 동기가 정식 발굴에 의해 출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대전 괴정동과 충남 아산시 남성리, 예산군 동서리 3곳에서만 확인된 검파형 동기는 발굴이 아닌 주민 신고로 수습돼 정확한 출토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학계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유입된 청동기 문화가 토착화를 거쳐 금강 유역으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12일 문화재청과 발굴기관인 전북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군산 선제리 농가 창고 신축을 위한 발굴조사에서 기원전 4∼기원전 3세기 무렵 지은 적석목관묘(바닥과 나무관 주변을 돌로 쌓은 무덤)를 발견했다. 길이 219cm, 너비 64cm, 깊이 54cm의 무덤 내부에선 검파형 동기 3점을 비롯해 세형동검 8점, 청동도끼, 청동새기개, 청동끌 각 1점 등 다양한 청동 유물이 나왔다. 이 밖에 검은간토기(흑색마연장경호·黑色磨硏長頸壺)와 원형덧띠토기(원형점토대토기·圓形粘土帶土器), 환옥 131점도 묻혀 있었다.

가운데가 두 동강 난 검파형 동기들. 사진제공=전북문화재연구원

무덤구덩이에는 널빤지 모양의 석재들이 놓였는데, 나무관이 부식되면서 그 위에 쌓인 돌들이 무너져 내린 흔적도 남아 있었다. 검파형 동기 3점은 세형동검과 함께 무덤 가운데 흩어져 있었는데, 중앙부가 끊어져 두 동강난 상태로 발견됐다. 최완규 원광대 교수(고고학)는 “예부터 제사장이 쓰던 제기는 세습하지 않고 파쇄하기 마련”이라며 “선제리 무덤 내 검파형 동기도 일부러 부러뜨려 부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파형 동기 상단부. 테두리를 따라 빗금과 점선무늬가 이중으로 새겨져 있다. 사진제공=전북문화재연구원

검파형 동기 하단. 새끼줄을 꼰 모양의 원형 고리가 보인다. 사진제공=전북문화재연구원

통상 3점이 한 세트를 이루는 검파형 동기는 마치 대나무를 세로로 쪼갠 듯한 독특한 형태다. 제정일치 사회였던 초기 철기시대 때 제사장들이 검파형 동기를 옷에 매달고 제의를 올린 걸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번에 발견된 검파형 동기 뒷면에는 매듭을 묶을 수 있는 고리 3개가 위아래로 달려 있다. 앞면에는 새끼줄을 꼰 모양의 정교한 원형 고리가 붙어 있다. 검파형 동기는 길이 24.5cm, 무게 205g으로 테두리를 따라 빗금과 점선무늬가 이중으로 새겨져 있다. 최 교수는 “아산 남성리나 예산 동서리에서 확인된 검파형 동기와 크기나 문양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학계는 검파형 동기와 함께 발견된 원형덧띠토기와 검은간토기의 양식이 중국 랴오닝(遼寧) 지역 정자와쯔(鄭家窪子) 유적 출토품과 닮았다는 점에서 중국 동북지역 청동기 문화가 이곳까지 유입된 걸로 보고 있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선제리 청동기는 랴오닝 지방의 원형덧띠토기 문화와 연속된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정자와쯔 유적에서 발견된 제의용 청동기는 원개형(圓蓋形) 동기 등일 뿐, 검파형 동기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검파형 동기는 한국식 세형동검과 더불어 청동기 문화의 한국화를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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