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 시 성기가 바나나처럼 휘면 '페이로니병'을 의심해야 한다. 방치하면 발기부전에 이를 수도 있다. [중앙포토]
50대 김모(서울 강동구)씨는 최근 남모를 고민이 생겼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 성기가 휘더니 갈수록 통증이 심해진 것이다. 또 손에 딱딱한 무언가가 만져지기도 했다. 혹시 큰 병이 아닐까 해 병원을 찾은 그는 다소 생소한 ‘페이로니병(음경만곡증)’ 진단을 받았다.
발기시 성기 크게 휘는 '페이로니병'
50대 이상 남성 10명 중 1명 꼴 앓아
외상이나 잘못된 자위 습관이 원인
딱딱한 덩어리 생기고 심한 통증 유발
방치하면 발기부전,우울증으로 이어져
약물치료 또는 수술로 대부분 치료 가능
발기했을 때 성기가 휘는 것도 병이다. 이를 ‘페이로니병’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통증이 없어 무심코 넘기기 쉽지만 방치하면 발기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다. 양대열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대한남성과학회장)는 “페이로니병은 특히 중년 이후에 발병률이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50대 이상 10명 중 1명 가량이 페이로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페이로니병은 흔히 외부 충격으로 성기를 다쳤을 때 발생한다. 다친 부위에 섬유화 결절(딱딱한 덩어리)이 생기는 데, 발기할 때 이것이 장애물이 돼 성기가 휘는 것이다. 또 잘못된 자위 습관, 격렬한 성행위 등도 성기 손상을 유발해 페이로니병의 위험을 높인다.
페이로니병은 발기 시 좌우 혹은 한쪽으로 성기가 바나나처럼 휘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이 때문에 성관계 중 본인이나 파트너가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통증은 서서히 사라지지만 성기의 모양은 교정되지 않고 더 악화하기도 한다. 또 이로 인한 발기부전이나 우울증·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남성이 적지 않다.
발기 시 성기가 휘는 '페이로니병'은 중년 이후 흔히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 약물과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일러스트 강일구]
하지만 페이로니병은 약물과 수술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성기가 굳은 부분에 주사를 놓아 섬유 조직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칼륨-아미노벤조닉산(p-aminobenzoic acid)·진통 소염제·비타민E 등이 사용된다.
상당수는 약물치료로 회복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성기가 휘는 각도와 모양, 발기부전의 정도에 따라 ^성기의 덩어리를 없앤 뒤 대체 조직을 이식하거나 ^휜 성기의 반대쪽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양대열 교수는 “페이로니병은 수술 뒤 재발율도 매우 낮아 만족도가 높다. 비뇨기과 수술 전에는 혈관외과·영상의학과 등과 협진시스템을 갖췄는지, 수술 경험은 풍부한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