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과 홍석천의 진행으로 화제를 모은 토크쇼 ‘XY그녀’가 베일을 벗었다.
‘트렌스젠더’라는 소재 자체만으로 논란의 여지가 충분했기에 출범 전부터 말이 많았다. 앞서 커밍아웃을 한 후 활발한 방송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홍석천과 합을 맞춘 신동엽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하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거부가 줄을 이었고, 이는 ‘공영방송’인 KBS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확대되기도 했다.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첫 번째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번 토크쇼를 무겁고 진지한 변명의 창구로 변질시키지 않았다. 이들은 성형수술을 안했다는 한 참가자를 향해 “오늘만 안했겠지”, “(마취 때문에)자느라 몰랐겠지”라는 농담을 던지며 ‘예능’의 옷을 입었고, 묵직함과 가벼움 사이의 적절한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었다.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고민 의뢰’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XY그녀’만의 전략 역시 탁월했다. 50번의 연애를 했지만 첫사랑의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의뢰인의 고민은 소재 자체의 신선함보단 이야기를 풀어내는 트렌스젠더들의 시선으로 흥미로운 소재가 되었고, 이들은 “살면서 가장 심장이 뛰었던 순간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이가 첫사랑”이라는 적절한 해답을 도출해내기도 했다.
‘트렌스젠더’들의 수다가 아니었다. ‘여자’들의 수다였다. 분명 이들이 말하는 첫사랑과 연애담은 보통 사람들의 사랑과는 다른 양념이 버무러져 조금 다른 맛을 냈지만, 그 맛은 썩 나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남다른 입담을 소유한 이들은 ‘예능’의 속성과 부합하는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나온 ‘진심’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기도 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본질적인 명제를 성립시키고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이들은 이처럼 ‘큰’ 결심에 부합하려 하는 듯 “학창시절엔 내가 정신병자인 줄 알았다”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꺼냈고, 자칫 거부감이 들 수 있었던 것들은 적재적소에 터지는 웃음으로 중화되며 균형을 지켜나갔다.
진행을 맡은 신동엽 역시 “저도 이 프로그램에 섭외를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더라”며 우려의 시선이 있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청각장애인인 큰 형을 통해 어릴 적부터 사회적인 편견에 둘러싸여 있었던 그는 편견을 깨기 위해선 정확한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올곧은 신념 아래 출연을 결정지었다는 ‘포부’를 보이기도 했다.
‘XY그녀’의 시청자 게시판은 여전히 시끄럽다. 시청거부가 줄을 이었던 것과 달리 방영 후엔 긍정적인 시선들도 차츰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까진 부정적인 시선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같은 논란은 ‘XY그녀’가 차츰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분명 아직은 가시밭길이다. 사회의 어두운 곳에 조용히 자리 잡았었던 이들이었기에 이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자를 좋아하기에 수술을 한 것이 아닌, 정말로 ‘여자’이고 싶어 수술을 결정한 이들의 결정에 우리 역시 조금 더 진지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이번 방송이 성적 소수자들이 대체 ‘왜’ 저렇게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도약점이 되길 바랄 뿐이다.
최인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