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연
이보영·박시연·채시라·염정아 안방극장 쥐락펴락
'매를 번다'는 표현이 꼭 어울린다. 하는 짓마다 못됐고 생각하는 일마다 악랄하다. 최근 안방극장을 휘어잡는 '독한 여자'들이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막장 드라마'의 흥행성공 비법이 그렇듯 독한 캐릭터 역시 작품의 시청률을 올리는 일등공신이다. '시청률 메이커'들의 서열을 정리했다.
#4위-염정아
배우 염정아는 SBS 주말극 '내 사랑 나비부인'(극본 문은아ㆍ연출 이창민)에서 톱스타 남나비 역을 소화하고 있다. 방송 2회만에 '민폐 3종 세트'를 완성할 만큼 극중 안하무인인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오페라 공연장에서 코를 골고 자거나 연기력 대신 화려한 패션으로 승부를 보려는 근성은 손가락질 받는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쳤음에도 운전대를 잡아 접촉사고를 낸다.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하긴커녕 백 만원짜리 수표를 들이밀며 "당신 오늘 계탔네!"라고 소리친다. 전형적인 밉상캐릭터이지만 서열이 낮은 이유는 악의가 없다는 점 때문. 태생이 그런 인물인데다 시댁 식구들과 생활하면서 앞으로 개과천선의 여지도 보인다.
#3위-채시라
SBS 주말극 '다섯손가락'(극본 김순옥ㆍ연출 최영훈)에서 지독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채시라. 극중 배 아파 낳은 아들 유인하(지창욱)의 성공을 위해 남편을 죽이고 의붓아들 유지호(주지훈)를 궁지에 몰아 넣는 부성그룹 채영랑 회장을 연기 중이다. 14일 방송에서는 극중 살인누명을 씌운 홍수표(오대규) 가족의 진실규명을 막기 위해 그의 아들까지 죽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의 악행을 합리화하는 단 한가지는 모성애다. 하지만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엄마의 마음이 꽤 공감을 이끌어내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10년 넘도록 시댁에서 갖은 구박 속에 살아온 점도 동정을 유발하고 있다.
#2위-박시연
배우 박시연은 KBS 2TV 수목미니시리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극본 이경희ㆍ연출 김진원)에 출연 중이다. 극중 성공에 눈이 먼 기자 출신 한재희 역으로 태산그룹 회장(김영철)과 결혼한 뒤 그를 죽이기까지 했다. 회장의 딸인 서은기(문채원)의 인생을 짓밟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변호사 안민영(김태훈)을 유혹하기도 했다.
어린 아들을 후계자 자리에 앉히려는 모성애, 가난과 폭행에 허덕이며 힘들게 살아온 과거 등 '다섯손가락'의 채영랑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지만 한재희가 더욱 독한 이유는 사랑을 악용했기 때문. 자신을 10년 넘도록 사랑한 강마루(송중기)의 마음을 이용하는 못된 생각이 "용서 받지 못할 인물"이라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1위-이보영
KBS 2TV 주말극 '내 딸 서영이'(극본 소현경ㆍ연출 유현기)의 서영이는 천륜을 거부한 인물이다. 극중 이서영을 연기하고 있는 이보영은 최근 시청자 홈페이지 게시판의 '80%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를 두고 '독한 딸' '천하의 불효자' 등 악평을 쏟아내고 있다.
극중 서영이는 자신의 가족을 방치한 아버지 이삼재(천호진)를 증오한다. 경제적인 뒷바라지는 물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던 아버지를 진작에 자신의 삶에서 지웠다. 어머니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 서영이는 그의 존재를 부인하고 강우재(이상윤)와 결혼한다. "천륜이 뭐? 내가 원한 아버지도 아닌데 꼭 같이 살아야 해?"라는 말로 끝내 연을 끊었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
한국일보(ww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