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김진석]
브라운관 꽉 채우고 남는 존재감
과감한 표정과 몸사리지 않는 거친 모습까지
역시 채시라였다.
'나 연기하니깐 좀 봐주지 않을래'가 아닌 '저게 연기하는 거지'라는 감탄사를 끌어냈다.
'드라마 여왕' 채시라가 KBS 2TV 새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강렬하게 등장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늘 전작과 다른 캐릭터를 고를만큼 끊임 없는 연기 변신을 추구하고 있는 채시라는 전작인 '다섯손가락' 속 카리스마 넘치는 강한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캐릭터로 압도했다. 사고뭉치에 빈틈이 많지만 소탈하고 정이 넘치는 인간적인 김현숙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최근 넘쳐나는 연기력 논란 배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감 '200%' 연기로 1시간을 10분 보듯 엄청난 흡인력을 자랑했다. 채시라 본래 모습을 내려놓고 한결 편안해진 연기력은 '믿고 보는 채시라'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브라운관에 보이는 '나 연기하니 잘 봐요~'가 아닌 정말 생활형 연기였다.
등장부터 강렬했다. 채시라(김현숙)는 "내 돈 내놔, 우리 엄마 돈 내놔"라고 소리쳤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방을 내려놓고 옥상 아래를 쳐다봤다. 자살을 결심했지만 이내 무서운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며 내려오는 모습은 드라마 시작부터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어 치킨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죽을꺼야'라고 말하며 맨손으로 치킨무를 입에 넣어 우걱우걱 씹는 가하면 친구 김혜은(종미)에게 뜬금없이 100만원만 빌려달라며 허당기 넘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법 도박장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모습은 타짜를 방불케 하기도 했다. 특히 2층 건물에서 슬리퍼를 신은 채 맨몸으로 뛰어내리는가 하면 쓰레기 더미에 몸을 숨기는 등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그런가하면 후반부에는 돈을 탕진하고 절망에 빠진 채 아버지의 산소를 찾는 채시라의 모습이 그려졌다. 울부짖으며 충열 된 눈으로 오열하다 실신하는 장면은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들었다. 우연히 고등학생 시절 담임인 서이숙(나현애) 기사를 발견하고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채시라의 호연 덕분에 출발이 좋다. 시청률 조사기간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첫방송은 전국시청률 9.1%를 기록, 동시간대 1위인 '킬미, 힐미'(10.5%)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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