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분노의 칫솔질' 대신 먼저 '분노의 훌라후프'였다. 게다가 < 해피 투게더3 > 에서 먼저 선보인 가슴(?)으로 하는 노래 또한 시트콤 데뷔로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탈북자 송환 반대 시위에 나선 것을 비롯해 봉사 등 평소 진지한 모습을 보여 온 그였기에 코믹 연기의 파격은 좀 더 크게 다가왔다.
27일 첫 테이프를 끊은 KBS 2TV 일일시트콤 < 선녀가 필요해 > 가 배우 차인표의 이미지를 제대로 망가뜨렸다. 2H엔터테인먼트 대표 차세주 역할의 차인표는 선녀 왕모(심혜진 분)와 채화(황우슬혜)의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고, 아들 국민(박민우 분)의 못마땅한 연기 도전에 노심초사하는 코믹 연기를 무난하게 선보였다.
▲< 선녀가 필요해 > 에서 차세주 역할을 맡은 차인표. 첫 시트콤 연기에 도전했다.
ⓒ KBS
촌스러운 청바지와 장발 더벅머리를 한 채 오디션을 보는 회상 장면은 차인표가 지금껏 정극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인만큼 꽤나 파격적이었다. 차인표 개인에게 있어서도 < 선녀가 필요해 > 는 김윤진과 주연을 맡았던 영화 < 아이언팜 > < 목포는 항구다 > 이후 세 번째 코미디 연기다. 물론 차인표 본인은 재미있는 상황에 처한 개인의 진지함을 묘사하는 코미디 연기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만.
차인표를 전면에 내세운 < 선녀가 필요해 > 는 첫 방송에서 8%(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라는 순조로운 시청률로 10%를 기록한 MBC <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을 긴장케 했다. 동시간대 SBS < 8뉴스 > 는 11.8%였다.
▲제작발표회 당시 나란히 선 < 선녀가 필요해 > 의 주인공 차인표, 황우슬혜, 심혜진
ⓒ KBS
변신한 차인표와 친숙한 '프란체스카' 심혜진, 배우들이 먼저 보여
차인표가 발굴이었다면 심혜진은 익숙한 연기로 반가움을 샀다. < 선녀가 필요해 > 가 3시즌까지 롱런한 < 안녕 프란체스카 > 이 고 신정구 작가가 준비했던 작품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주간 시트콤의 부활을 알리며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했던 < 안녕 프란체스카 > 희대의 캐릭터 '프란체스카' 심혜진을 비롯해 박희진, 이두일이 가세했다.
그래서인지 두말할 나위 없이 무뚝뚝하고 안하무인인 왕녀 캐릭터에서 자연스레 '프란체스카'의 향기가 느껴진다. 연출자인 고찬수 PD 또한 "심혜진의 캐릭터는 신 작가를 기리는 의미로 '프란체스카' 속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심혜진은 목욕하러 내려왔다가 선녀 옷을 잃어버리고 졸지에 지상에 눌러 앉게 된 왕녀를 연기한다. 이번엔 '명랑 사차원'에 가까운 딸 채화까지 보살펴야 한다. 그러니까 뱀파이어나 선녀나, 세상과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가 시트콤의 캐릭터들과 부딪치며 벌이게 될 코미디와 판타지,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현실이 < 선녀가 필요해 > 의 주 이야기가 될 것이다.
1회에서 심혜진은 예의 그 프란체스카를 떠올리는 무표정 연기로 무리 없이 시트콤 복귀를 알렸고, 황우슬혜 또한 영화 < 미쓰 홍당무 > 에서 보여준 '순수백치미'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황우슬혜는 향후 차인표와의 로맨스까지 책임지게 된다니 이색 커플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 선녀가 필요해 > 의 첫 회는 전체 설정이나 출연배우에서 느껴지는 < 안녕 프란체스카 > 의 그늘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차인표와 심혜진, 황우슬혜 등 배우들의 이미지를 역이용하거나 차용하고 변주해내며, 캐릭터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을 여지를 열어 놓기도 했다.
'프란체스카'의 익숙한 설정과 캐릭터에 안성맞춤인 배우들의 매력으로 어필한 < 선녀가 필요해 > . 진화한 '김병욱표' 시트콤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청률 면에서 전작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과의 맞대결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낼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