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불륜·기강해이가 범죄로… 4년 전에도 ‘경찰 살인극’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여성 실종사건의 범인인 정모 경사는 동료 경찰관과 번갈아가며 살해된 여성 이모씨(40)와 내연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은 4일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후임으로 이동민 총경을 임명했지만 이번 사건은 경찰관들의 ‘불륜’과 ‘공직기강 해이’가 맞물려 일어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군산경찰서에서는 2009년 4월에도 조모 경위(46)가 짝사랑하던 미용실 여주인 이모씨(37)를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당시에도 서장이 직위해제됐다.
정 경사는 “이씨가 ‘임신을 했으니 돈이 필요하다’고 해 지난달 24일 오후 8시쯤 전북 옥구읍의 한 저수지에서 만났다”며 “300만원을 받고 헤어져 달라는 요구를 이씨가 거부하고 ‘돈을 더 내놓지 않으면 우리 관계를 당신 부인한테 알리겠다’고 해서 이씨의 목을 졸랐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전 애인인 동료 경찰관이 정 경사에게 자신의 애인을 ‘사귀어 보라’고 소개해 줬다”면서 “정 경사는 ‘임신한 아이가 동료 경찰관의 아이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정 경사는 “이씨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지만 범행을 숨기기 위해 인근 폐양어장으로 시신을 옮긴 후 폐자재로 덮어 유기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정 경사는 이씨의 시신이 빨리 부패하도록 옷을 모두 벗기기까지 했고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도 모두 지워 증거를 인멸했다고 수사팀은 전했다.
정 경사가 이씨를 살해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이씨 가족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씨 동생은 용의자로 정 경사를 지목했다. 경찰은 이날 밤 정 경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귀가조치했다.
이씨 가족은 경찰수사에 반발하고 있다. 여동생 이씨는 “경찰이 정 경사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그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어 언니가 마치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한 ‘꽃뱀’처럼 인식되고 있다”면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유족에게 현장검증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정씨의 진술만 믿는 등 제식구 감싸기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 경사의 범행은 계획적인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군산 |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