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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고향마을의 선구자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4.12일 10:25
《기억속의 60년》-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60주년 특별기획(7)


지난 세기 82년도 3월중순이라 기억된다. 고향마을에서 3헥타르의 과수원을 다루면서 그날도 사과배나무의 가지를 다듬느라 곁눈질할새도 없는데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봐 동생, 좀 쉬면서 하게나.》


일손을 멈추고 돌아보니 외가편으로 형님벌되는 리종춘형님이였다. 종춘형님은 일찍 토지개혁때부터 혁명에 참가하여 오래동안 촌장, 당지부서기 사업을 해오면서 온갖 풍상고초를 겪으신 고향마을의 선구자로 내가 가장 존경하는 형님이셨다.

《형님께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집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느라니 너무도 마음이 허전하길래 바람도 쏘일겸 나왔다가 여기까지 발걸음이 옮겨졌네.》

나와 형님은 마주앉아 한담을 나누던중 당면 농촌형세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보게 동생, 자네는 매일 신문도 보고 방송도 들어 알텐데 도대체 집체화는 무엇이고 호도거리는 또 무엇인게요?》

형님의 말뜻은 그해 봄부터 연변의 몇몇 농촌에서 시점으로 시작된 호도거리생산책임제를 묻는것이였다.다년간 농촌에서 호조조부터 시작하여 초급사, 고급사, 인민공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겪어본 형님이 아니였던가?! 나는 내가 알고있는대로 털어놓았다.

《형님, 생각해보십시오. 우리 나라가 쏘련농업의 집체화를 본따다보니 실패했잖아요. 중국은 농업인구가 많고 밭면적이 적은데 쏘련같은 농업 인구당 면적이 큰 나라와 비길수 없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당면 수억명 농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밭을 매 호에 도맡겨 다루는것입니다.》


그때까지 내가 알고있는 지식이란 그것뿐이였다. 나의 말을 들으면서 형님은 멍하니 먼산을 쳐다보다가 《휴유》 하고 긴 한숨을 쉬더니 뿌잇한 눈에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는것이였다.


종춘형님은 해방후 젊은 혈기에 남먼저 혁명에 떨쳐나섰다. 고향마을에서 의기투합한 젊은이들과 함께 상급에서 내려온 공작대와 손잡고 토지개혁을 참답게 진행하였고 피끓는 젊은이들을 참군시켜 중국해방전선에 내보내면서 지방공작을 빈틈없이 잘 처리하였다. 해방후 마을에서 제일 처음으로 비밀리에 입당한 몇사람중의 한사람으로 되였고 촌장의 직무를 맡고 사업을 오래동안 해오다가 당지부서기가 현당위 선전부장으로 전근령을 받고 올라가자 종춘형님이 당지부서기 중책을 걸머지고 사업을 참신하게 진행하였다.

대약진년대에 종춘형님은 강직한 성품으로 인하여 공사당위서기와 맞섰다가 액운을 면치 못했다. 당위서기는 농촌에서 사용하는 쪽수레바퀴에다 베아링을 넣어 하루빨리 사회주의를 달리자고 말했고 종춘형님은 산골길은 박힌 돌이 많고 길마다 호박길이니 배아링은 하루도 못가서 부서진다고 말하면서 반대했다.

그래서 대뜸《세폭의 붉은기》를 반대한다고 펄펄 뛰면서 당지부서기직무 철직을 선포했고 《백기대오》(당시 삼반분자)에 가서 개조하라고 했다. 비록 시간이 지나 《삼반분자》모자는 벗었지만 당지부 부서기직무를 오래동안 해오다가 10년 동란을 맞아 반란파에 끌려가서 창고에 갇혔고 매일 비판받고 반성문을 써야 했다. 당시 형님은 한심하고 억울함을 하소연할곳 없어 랭가슴을 앓으며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는가? 나는 그저 상급의 지시대로 했을뿐인데 …》 하며 통탄과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동란이 끝난 후 년세도 많고 병약한 몸으로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젊은 당원들에게 맡기고 보니 호도거리 생산책임제가 실시되여 분배된 책임전을 다루어야 할 운명이였다.

그날 형님과의 담화는 오래동안 내 가슴속에서 맴돌았다. 오랜 관념에 사로잡혀 시대를 리해하기 힘들어하던 형님의 얼굴을 좀처럼 잊을수 없다. 형님은 고스란히 책임전을 다루다가 늙고 병든 몸으로 더는 농사일을 할수 없게 되자 둘째아들을 따라 현성으로 이사를 갔고 후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종춘형님은 매사에 사리밝고 광명정대하였다. 호도거리 첫해에 벼돌피도 모르는 나에게는 하나의 준엄한 시련이였다. 그래도 나에게는 하나의 신념이 있었는데 그것은 과학적인 농사였다. 마침 현과학기술위원회의 심동무가 와서 벼농사에 대해 강의를 하였는데 나는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적어가면서 반복적으로 열독하고 육묘로부터 전간관리를 과학적으로 틀어쥐였다. 그 보람으로 벼농사가 다른 집들보다 잘되여 쌍당 만근을 돌파해 식량을 풍족하게 남기고도 징구량외 여량을 천근이나 량식관리소에 바쳤으며 년말에 백원의 장려까지 받았다.

촌지도부에서는 년말총화대회때 사람마다 감산된 원인을 자연재해에다 미루면서 하늘을 원망할 때 종춘형님은 단연히 한마디 하였다. 《당신들은 금년도 감산을 단지 재해에다 돌리는데 그건 틀린 말이요. 김태욱이는 평생 과수만 해오면서 과학적으로 과수원을 관리하여 평원지구 과수원만 못지 않게 과일을 생산한 사람이요. 그가 금년같은 재해성 기후에 그많큼 높은 생산량을 낼수 있은것은 과학적으로 농사를 지었기때문이요.》


그해 나는 벼농사에서뿐아니라 고향마을 사람들이 잡교종 옥수수종자도 모르고있을 때 중조숙 잡교종종자를 한무남짓이 심어 재해년에도 옥수수를 천근 넘어 수확해 고향마을에서 《농사신화》를 창조했다. 종춘형님의 나에 대한 평가는 나의 마음에 신심과 용기를 준 격이 되였다. 그후 나는 진기업 과수원을 도급맡고 과학적으로 과수농사를 하였는데 사각지대에 놓였던 과수원을 4년후부터 전 주 일류과수원으로 부상시켰다.


만약 형님이 살아계신다면 내가 사업에서 성취를 거둔걸 보시고 매우 기뻐했을것이다. 또 2011년 7월 28일, 대홍수에 고향마을이 물에 잠긴걸 보시고 통탄했을거고 그후 고향마을 재건을 토론할 때 상급 당정기관에서 명암촌에다 저수지를 앉힐 계획과 함께 고향마을을 파가이주시킬 계획을 세우고 2011년 가을부터 작년년말까지 3200만원을 투자하여 아름다운 전통가옥 수십채나 지은 《진달래민속촌》을 보면 더더욱 기뻐하셨을것이다.

그럴수록 좋은 세월을 다 못보고 돌아가신 형님이 그리워난다. 부디 형님의 명복을 빌고빈다.


/화룡시 서성진과수원 김태욱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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