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E3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발표 중 하나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과 게임의 만남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R 기기 홀로렌즈를 이용해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동안 화면에서만 즐기던 게임이 현실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크리에이트 월드’라고 말하자 탁자에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이 3차원으로 펼쳐졌다. 3차원 화면을 손으로 직접 조작하거나 음성 명령으로 게임을 실행하는 모습이 시연됐다. 발표를 지켜보던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전 세계 IT 공룡들이 AR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발 빠르게 준비에 나서고 있다. 증강현실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여기에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정보를 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쇼핑을 할 때 AR기기를 착용하면 제품의 가격, 사용법 등 부가 정보가 함께 표시된다. 식재료라면 조리법, 유통기간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설계나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할 때는 결과물을 3차원으로 보면서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 효율이 높아진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홀로그램 화면을 띄워놓고 아이언맨 설계 작업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밖에도 관광, 의료 등 활용 가능성이 무한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AR 개발 기술을 보유한 메타이오를 인수했다. 메타이오는 페라리, 이케아 등과 AR 관련 작업을 한 경험이 있는 회사다. 이케아와 협업에서는 AR 기술을 적용해 거실에 가구를 배치했을 때 어떤 모습인지, 어떤 색상이 어울리는지 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이 아직 AR 쪽에선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지만 메타이오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글은 3차원 공간을 감지하는 ‘3D 뎁스 센서’를 탑재한 모바일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탱고’를 가동 중이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이 사람 눈처럼 공간을 입체적으로 인지하고 AR, 측량, 실내 내비게이션 등에 활용한다. 최근 SK텔레콤이 이 기술을 활용해 ‘T-AR 포 프로젝트 탱고’ 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MS는 올해 1월 홀로렌즈를 공개했다. MS는 7월 29일 전 세계에 출시되는 윈도우10에서 홀로렌즈를 활용해 다양한 AR 관련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공개한 상태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20억 달러에 사들인 VR기기 제조업체 오큘러스는 지난달 28일 AR 업체 서리얼 비전을 인수하면서 AR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오큘러스는 그동안 삼성전자, MS 등과 협업을 통해 VR 기기를 잇달아 선보였다.
이들이 AR에 관심을 보이는 건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활용 범위가 다양한 만큼 자신의 AR 기술의 우수성을 내세워 전 세계 개발자들을 흡수하려는 전략으로도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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