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표면 폭발 과정에서 발생한 태양풍의 영향으로 한때 두꺼웠던 화성의 대기가 급격히 엷어졌고 그 결과 지금의 척박한 화성이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화성 탐사위성 메이븐(MAVEN)을 담당한 연구팀이 한때 물이 흐를 정도로 비옥했던 화성이 왜 지금은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황폐한 행성이 됐는지에 대해 제시한 해답이다.
연구팀은 지난 1년여에 걸친 메이븐 화성 대기권 탐사 결과를 6일(현지시간) 사이언스지(사진)에 게재하고 같은 날 NASA 본부에서 기자회견도 연다.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브루스 자코스키 박사 등 연구팀이 밝혀낸 것은 바로 화성의 대기가 희박해진 이유다. NASA가 화성 대기 탐사위성인 메이븐을 발사한 것은 2013년 11월이다. 지난해 9월 화성 궤도에 도착한 메이븐은 화성 궤도를 공전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메이븐의 주 임무는 한때 두꺼웠던 화성의 대기가 얇게 변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메이븐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태양 표면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화성 대기권의 '이온 탈출률'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메이븐이 화성 탐사를 진행하던 지난 3월 8일 '행성 간 코로나 질량 유출(ICME)' 현상이 발생했다. ICME는 태양표면이 폭발하면서 전자와 양성자들이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종종 태양 표면 폭발로 인해 전파교란, 정전 등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는데 태양에서 방출된 입자들로 인해 자기장 교란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구를 지나친 입자들은 화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화성의 대기권에 도달한 강력한 태양풍은 화성의 자기장을 크게 뒤흔들었고 그 결과 화성의 자기장이 강하게 요동치면서 긴 덩굴 모양으로 최대 5000㎞까지 우주 공간으로 뻗어나갔다. 연구팀은 메이븐을 통해 자기장의 변화와 함께 대기 이온화 수치도 급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기 중 존재하던 이온화 상태의 산소, 이산화탄소 등이 함께 우주로 빠져나간 것이다. 마치 손(태양풍)으로 옷(화성)을 두드려 붙어 있는 먼지(대기)를 털어내듯 태양풍으로 인해 화성의 대기가 우주로 쓸려 날아가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어쩌면 초기에는 존재했을지도 모를 화성의 생명체가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그룹 선임연구원은 "NASA는 화성 유인탐사를 위해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있다"며 "탐사에서 얻은 정밀한 자료들은 과학자들에겐 일종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덧붙였다.
[이영욱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