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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기자극으로… 15년만에 깨어난 식물인간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7.09.26일 08:57
[佛연구진, 환자 몸에 '전자약' 넣었더니 고개까지 움직여]

구글·GE 등도 개발 경쟁

美 FDA 비만치료용 허가


15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환자가 의식을 되찾았다. 환자를 깨운 것은 '전자약(electroceutical)'이다. 전자약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약물 대신 전기자극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프랑스 국립인지과학연구소의 안젤라 시리구 박사 연구진은 25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교통사고로 15년간 의식이 없던 35세 환자의 신경에 3개월 동안 전자약으로 전기자극을 줬더니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신경에 전기자극, 잠든 뇌를 깨워

연구진은 환자의 쇄골 안쪽에 있는 미주신경(迷走神經)에 전선을 감고 전기자극을 줬다. 미주신경은 뇌와 인체의 모든 장기 사이를 오가며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이다. 통신망이 무너지면 사회에 혼란이 발생하는 것처럼, 미주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병이 난다. 전자약은 마치 통신망의 잡음을 제거하듯 인위적인 전기자극으로 잘못된 신경 신호를 교정해 치료 효과를 낸다.

시리구 박사는 "전기자극을 준 지 1개월이 지나자 환자가 간단한 반응이지만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눈앞의 물체를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거나 연구진의 요청에 따라 고개를 돌리는 것은 물론, 환자의 얼굴에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면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반응도 보였다고 한다. 미약하지만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뇌 분석 결과도 환자가 의식을 회복했음을 보여줬다. 전기자극 후 뇌에서 운동과 감각, 의식을 담당하는 영역들에서 특히 피가 많이 돌고 뇌파도 증가했다. 뇌가 의식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시리구 박사는 "희망이 사라졌을 때에도 뇌를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더 많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들에게 전자약을 시험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IT 업체들도 전자약 개발에 뛰어들어

전자약은 이미 실험실을 넘어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위 신경에 전기자극을 줘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FDA(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았으며, 기도(氣道) 신경을 자극해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도 나왔다. 20년 전 간질 치료용으로 개발된 전자약이 우울증 치료제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뇌에 직접 전극을 삽입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상용화됐다.

전자약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자 IT(정보기술) 기업들까지 개발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전자약 전문업체인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를 설립했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올 초부터 전자약 개발을 시작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같이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지금은 약물로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을 차단하지만 약이 듣지 않거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자약은 뇌에서 오는 신호를 차단해 아예 면역세포가 반응하지 않게 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구글과 GSK도 2023년 류머티즘 관절염 전자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용 교수와 의과학대학원 정범석 교수가 미주신경에 연결된 귀의 말초신경을 피부 밖에서 자극해 수술 없이 우울증을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백선하 교수는 뇌 안쪽을 직접 자극하는 장치를 소형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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