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업 전면 재조정]
관련부문 직원 7800명 감원, 단말기 생산은 포기할 듯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 /블룸버그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휴대전화 하드웨어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MS는 2013년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해 단말기와 운영체제(OS)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으로 단말기 사업을 포기하고 OS만 공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전망이다.
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 시각) 휴대전화 부문 직원 78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임직원의 6%에 달하는 대규모다. 계획안에는 노키아 인수 비용을 포함한 76억달러(약 8조6300억원)와 구조조정 비용 8억5000만달러(약 9600억원)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키아 인수가 실패였음을 인정하고 관련 사업을 사실상 접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MS는 PC 운영체제 시장의 최강자였지만 모바일 시장에는 대처가 늦었다. 스티브 발머 전 CEO가 이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후회한다"고 한 적도 있다. 노키아를 인수하는 등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올 1분기 MS의 스마트폰 OS 시장점유율은 2.7%에 그쳤다. 구글(79%)·애플(17.7%)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단말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애플이 합계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MS의 점유율은 2.6%에 머물렀다.
나델라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단기적으로는 기업고객, 중저가 제품 소비자, 윈도 마니아를 공략해 스마트폰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차별화가 가능한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우선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노키아 출신 고위 임원들을 내보내고, 윈도 사업부와 디바이스(device·기기) 사업부를 통합해 만든 조직 '윈도&디바이스 그룹'을 중심으로 이런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MS가 휴대전화 단말기와 운영체제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애플식 모델을 버리고 구글식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윈도(windows) 운영체제만 MS가 공급하고, 기기는 다른 제조사들이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글도 2012년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를 인수해 기기·운영체제를 자체 생산하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모토로라를 지난해 중국 레노버에 다시 매각했다. 나델라 CEO는 "윈도 운영체제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민기 기자 chaepline@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