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기존銀 텃세에 中企·개인소액대출 부진
[한국경제신문 ㅣ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중국 첫 인터넷은행인 위뱅크가 출범한 작년 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위뱅크의 작은 걸음이 중국 금융산업에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중국에는 텐센트가 설립한 위뱅크 외에도 지난 6월25일 알리바바가 세운 마이뱅크 등 두 개의 인터넷은행이 영업하고 있다. 두 은행은 주요 핵심 업무에 대한 정부 인가를 취득했고, 몇 가지 금융상품도 선보였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뱅크는 리 총리가 보는 앞에서 첫 대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9월 초까지 총 대출잔액은 10억위안(약 1812억원)에 그쳤다. 이 중 4억위안은 대주주 텐센트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위뱅크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도 선보였지만 상품 수가 두 개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소비자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차오퉁 은행장이 9월 급작스럽게 사의를 밝혀 위뱅크에 대한 금융시장 관계자의 우려가 증폭됐다.
위뱅크보다 6개월가량 늦게 출발한 마이뱅크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이뱅크는 모기업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축한 광범위한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업무에 주력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마이뱅크는 소액대출 전용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올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연기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는 1차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규제를 지목했다. 위뱅크와 마이뱅크는 당초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보안상의 위험을 이유로 원격 계좌개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위뱅크와 마이뱅크는 기존 은행 계좌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는데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초상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등 주요 대형 은행이 고객 계좌와 인터넷은행이 출시한 스마트폰 앱 간 연계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신은 “중국에는 기존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든 중소기업과 개인고객이 많다”며 “인터넷은행이 이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